“아내는 항상 나보고 좌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라고 해. 내가 좌변기 좌석을 올리고 일을 본다고 해도 아내는 안 된대.”잭 니컬슨이 주연한 영화 <어바웃 슈미트>에서 은퇴한 회사원 슈미트가 아내에 대해 늘어놓은 불평 가운데 하나다. 그래도 슈미트는 소변을 볼 때면 오만상을 쓰면서도 좌변기에 주저앉는다. 현실에도 슈미트 같은 남자들이 있을까?
한겨레 2006년 11월 28일 기사 <남자들이여, 앉아서 ‘일’ 봅시다>中
오늘 아침 한겨레에서 읽은 기사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더니, 별별 덧글이 올라온 걸 읽을 수 있었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가 앉아서 볼일 본다는 건 무척 어색하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반발도 상당히 큰 것 같다.
내 경우, 특별한 생각없이 앉아서 소변을 본다. 아내의 잔소리가 있어서가 아니다. 남자용 소변기가 따로 없는 작업실의 화장실 청소는 대체로 내가 하는 편이다. 그럴 때 마다 여기저기 튄 오물을 닦는 게 영 거슬리는 게다. 그래서 생각한 게 그냥 좌변기에 앉아 소변을 보게 됐다. 아니면 약간 쪼그린 자세로 좌변기를 가까이 두고 볼 일을 보기도 한다.
대 소변을 가리기 시작하면서 즉 기저기를 떼기 시작하면서 남자들은 서서 소변을 보는 게 당연시 됐다. 여성과 차별화 하는 남성 우월주의적 의식 가운데 이런 게 있다. 여성을 비하하는 말로"앉아서 오줌 누는 것들"이다. 이러한 말은 남자 아이들이 어릴 때 부터 앉아서 소변을 보는 여자 아이와 구분을 짓는 남성 우월 주의적 사고로 고정화 되어 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고속도로 휴게소의 남자화장실 소변기 앞에 붙은 한국관광공사와 한국화장실문화협의회가 제작한 홍보 문구다. 사실 남성들이 소변을 보면서 생각보다 질질 흘리는 경우 의외로 많다. 그것이 설령 남성을 위한 소변기라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오죽하면 공중 화장실에 저 위에 소개한 문구가 쓰여졌을까. 예전에 보면"정조준"혹은"한 발 앞서서"란 캠페인 문구가 남성 화장실 소변기에 부착되어 있곤 했다.
남성용 소변기가 있는 공중 화장실이 이럴진대, 좌변기를 사용하는 곳에선 오죽할까.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다. 내가 앉아서 소변을 보는 것은 우선 내가 청소할 때 귀찮아서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신기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인도 남성들의 상당수는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 것이다.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지만 어딘지 야만스럽다는 생각도 하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앉아서 소변을 볼 때의 장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인도를 여행 해본 이들은 알겠지만 인도엔 아직 공중 화장실 문화가 미흡하다. 곳곳에서 찌린내가 나고 남성들은 대충 적당한 곳에서 소변을 본다.
인도의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현대적인 바지보다는 치마와 같은 형태의 옷을 선호한다. 물론 현대에 익숙해진 젊은이들과 도시인들 사이에선 바지가 더 선호되긴 하지만 말이다. 치마와 같은 옷을 입고 서서 볼일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러다보니 앉아서 볼일을 보는게 몸에 튀지도 않고 오히려 청결하다. 또한 전통적인 성향이 강한 인도인들은 소변을 볼 때 반드시 물통을 들고 가는데, 그것은 볼일이 끝난 뒤 남성의 성기를 오물로 부터 닦아내기 위해서다.
남성이 앉아서 소변을 볼 경우에 남성의 성기는 밑으로 휘어지게 됩니다. 남성의 특성상 그대로 앉아서 소변을 보면 변기의 앞쪽 벽에 맞고 물이 튀고 되고 이를 방지하고자 한다면 성기를 자꾸 밑으로 하고 조준을 해야 되는데, 이럴경우 용불용설에 의해 남성의 성기는 점점 밑으로 휘어지게 됩니다. 여성의 G스팟은 위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말이죠. 물론 역시 용불용설에 의해 여성의 G스팟도 밑으로 옮겨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시간대로 진화를 겪게되고 결국 한동안은 여성들이 만족스런 성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한겨레 기사에 붙은 덧글 가운데 하나다. 얼핏 보면 꽤나 그럴 듯하다. 그렇다면 남성 능력이 뛰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한 인도인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들은 전통적으로 앉아서 소변을 보는데 말이다.
남성이 서서 소변을 보기 시작한 것은 바지라는 의류 형태가 남성의 전유물인 것처럼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바지를 입고 열린 공간에서 앉아 볼일을 보기란 영 낭패다. 왜냐하면 바지를 내리고 앉게 되면 엉덩이가 외부로 노출되는 민망함이 있기 때문이다. 바지가 보편화 되기 이전 시대의 남성들은 소변을 볼 때 서서보는 게 아니라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게 일반적이었다.
바지는 유목 문화에서 비롯된 의류 형태다. 과거 역사에 있어서 바지는 야만의 상징처럼 오랫동안 인식되어 왔었다. 그러다가 바지가 지닌 효율성이 인정받기 시작했고 바지는 남성의 전유물로 자리를 잡았다. 이후 남성들은 앉아서 소변보는 것을 멈추었고 서서 볼일을 보기 시작했다.
집 혹은 작업실에서 내가 주로 있는 옷은 치마와 같은 형태의 '룽기'라는 인도식 옷이다. 바지보다는 편해서 주로 입지만, 주변 사람들은 영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 롱기란 것을 입고 볼일을 볼 땐 서서 볼일 보기 보다는 앉아서 볼일 보는게 오히려 편하고 수월하다.
물론 그 곳이 설령 집과 같은 사적 장소의 화장실이라 하더라도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깐 채 대변을 볼 때 처럼 앉는 것은 분명 불편하다. 그러나 이러한 불편은 여기 저기 튀는 오물을 씻는 것에 비교할 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성들이 남성들과 함께 살 때 한결 같은 불편을 겪는단다. 그 동거인이 자신의 아들 혹은 형제, 남편이라 하더라도 남자와 한집 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걔네들은 아무 데나 오줌을 갈기기 때문이야"
굳이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이 아니어도 된다. 가정이란 공간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의 가장 작은 단위에 해당된다. 그 공동체에서 소변보기로 인해 남녀가 구분되고 이로 인해 다른 이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행동이라면 바꿔야 되지 않을까. 그 불편함이 뭔지 모르겠다고 그렇다면 스스로 화장실 변기를 닦아보기 바란다. 자신의 오물이 어떻게 변기를 더럽히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2006년 11월 28일
아현동 작업실에서
PS : 포스팅을 하고 보니, 독일 만평에 올라온 그림을 보고는 변기 앞에 저렇게 앉아서 볼일을 봐야한다는 것으로 오해하는 분이 계시네요. 저 위 그림은 풍자 만화입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영화배우 최민수씨도 앉아서 볼일을 본다는군요.. 이쯤되면 서서 볼일 보는 걸 남성의 전유물로 아는 남성들도 인식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요. 최민수씨는 제가 선호하는 배우는 아니지만, 대중적인 이미지는 남성적인 매력(?)이잖아요.. 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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