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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5 00:00

언제쯤 인도의 추악한 오리엔탈리즘이 벗겨질까...

속이 들통났을 때 처럼,
기분이 좋으면서도 동시에 벌거벗겨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없다.

'인도'라는 화두를 붙잡고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많은 질문을 받곤 한다.

"왜 인도인가요?"
며칠전 모 지역일간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그럴 때 마다 뭐라 답하기가 참 쉽지 않다.
'인도'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내게 없기 때문이다.

80년대 광장을 달리던 시절,
폭압의 상황 속에서 정신적인 공황으로 잠시 관심을 가졌던 게
인도의 신비주의적 철학이었다.
당시 책을 통해 만났던 이들이 오쇼라즈니쉬 그리고 라마크리슈나였다.
그것은 19세기 유럽의 지성인들이 즐겼던 데카당에서 비롯된 사치였다.

그러다가 인도의 정신주의는 내게 떠났고
90년대 중반 우연히 인도 촬영을 하면서
인도는 내게 묘한 비일상의 매력으로 다가섰다.
그 이유 역시 설명은 쉽지 않다.
그렇게 10년을 넘게 인도를 매년 돌아다녔다.
'인도'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여러편을 만들었다.

인도 비하르 지역의 카스트 갈등을 그린 "보이지 않는 전쟁"을 제외하면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에서 이념이나 정치적 갈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그냥 보통의 신비주의적 관점을 벗어나려는 정도의 시도를
다큐멘터리를 통해 했을 뿐이다.
물론 영상의 사이 사이엔 슬쩍 연출자로서의 의도를 껴 놓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는 눈치 채지 못한다.

오늘 다음 카페의 '인도방랑기'에서 누군가가 내 속을 빤히 들여다 보는 것 같은 덧글을 올렸다.

똠방님은 그의 다큐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카스트 분쟁으로 마을을 떠난 인력거꾼에게서 님은 인도의 환상을 보셨나요? 작가로서 똠방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고향이라는 주제가 남북한에 현재까지 잔존해있는 실향의 문제, 혹은 타의에 의해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이 시대의 약자들에 대한 오마주라는 작품해석은요? 똠방님의 다큐에서 인도의 멋진 추억을 회상하다니....저는 솔직히 너무 새롭네요.


2년전 KBS스페셜을 통해 방영된 "후세인과 샬림의 캘커타 스토리"에 대한 짧은 분석이다.
덧글을 올린 이는 '인도100배 즐기기'의 저자 다람살라환타다.
인도를 들락 거리면서 알게 된 지인으로 나름 막역한 사이다.
하지만 그에게 다큐멘터리의 감춘 의도를 단 한번도 이야기 한 적은 없다.

저 덧글은 얼마전 사이버 경찰에 고발된 상황을 알리는 글에 오른 것인데,
대구에 있는 지인 가운데 한 명이 올린 덧글에 대한 답 덧글이다.
대구에 있는 지인은 인도라는 끈으로 나름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견해 차이로 소원해진 사이가 되고 말았다.
사실, 논리적인 바탕을 두고 벌어지는 견해차이라면 문제 될 게 없지만
문제는 상식과 몰상식의 차이이기 때문에 그 사이를 메꾸기란 영 쉽지 않다.

사이버 경찰에 고발된 내용이 다람살라 환타에 의해
다음 카페의 인도방랑기 게시판에 올랐다.
대부분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가운데 의외의 반응이 바로 대구의 지인 한 사람이 올린 덧글이다.

똠방님과 환타님도 당당할 입장이 못된다고 생각해요. . 정치를 떠나 님들의 책과 영상으로 간접적으로 멋진 추억을 회상하는 저같은 사람들이 많을텐데 언제부턴가 인도사랑으로 모인 카페가 정치/이념/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불편한 카페로 바뀌어 서로 비방을 하다니.다른 카페에서 님들의 열정을 쏟더라도 그냥 인도방랑기에서는 인도만 생각하면 안될까요?


바로 위에 있는 덧글에 덧글을 단 이가 환타이고
내용은 앞서 소개한 대로다.

인도를 이야기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뭔가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신비주의를 기대한다.
그리고 순수를 말한다.
허나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엔 그러한 이야긴 단 한 가닥도 나오지 않는다.
인도의 일상적인 이야기지만,
내 나름대로는 인도에 투영된 우리의 모습을 그린다.
일종의 간간접 화법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울타리 안에서 진실을 보지 못한다.
오히려 타자화된 세계 속에서 마치 유레카 처럼 진실을 발견하곤 한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단순히 즐기기란 명제만 안고 있다면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여행은 지극히 정치적이란 게 내 생각이다.
정치적인 표피를 겉면에 씌우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세계를 통해 자아를 발견한다는 것 조차 알고보면,
정치적인 발견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치란
묘한 빨간 색이 덧칠 되어 있어
엉뚱한 선입견과 편견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이것은 한국 사회의 슬픔이다.

이제사 말하지만,
내가 만든 다큐멘터리 영상을 보고
일부의 사람들이
순수함 어쩌고 하는 이야길 들을 때마다
나는 돌아서서 구토를 한다.
단지 대놓고 구토를 하지 못하는 소심함을 보일 뿐이다.

다람살라 환타에 의해 드러난 속내...
그의 분석이 내심 반가우면서도
발가벗겨진 기분이 드는 것은 왜 일까...

인도는 여전히 우리에게 먼 나라다.
언제쯤 그 추악한 오리엔탈리즘이 벗겨질까...

다람살라환타의 덧글은 내게 보다 정치적이길 요구하고 있다.

정말 그래야겠다.


똠방님은 그의 다큐에서 끊임없이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카스트 분쟁으로 마을을 떠난 인력거꾼에게서 님은 인도의 환상을 보셨나요? 작가로서 똠방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고향이라는 주제가 남북한에 현재까지 잔존해있는 실향의 문제, 혹은 타의에 의해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이 시대의 약자들에 대한 오마주라는 작품해석은요? 똠방님의 다큐에서 인도의 멋진 추억을 회상하다니....저는 솔직히 너무 새롭네요.






2008년 8월 24일 밤 12시 즈음
대구 시실리에서 똠방이 끄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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