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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2 14:45

한살의 의미 그리고 생명


 

며칠 전, '인공임신중정수술'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았다. 청탁을 받고 일본에 다녀오고, 돌아오자마자 식당에서 붙박이로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그만 잊었다.

오늘 식당에서 점심 장사 하느라 한참 바쁜 와중에 문자 하나가 왔다. 오늘 오후 3시까지 원고 마감이니까, 반드시 지켜달라고.... 점심장사를 끝내고 나면 두시가 된다. 두시 이후 바로 근처 피시방으로 달려와 20분만에 허걱지겁 원고를 썼다. 

이렇게 써도 될까 싶긴하다. 활자로 인쇄 되는 글인데, 20분만에 성의 없이 쓴 것이란 생각이 드니, 청탁을 한 이에게 무척 미안해진다.


2008년 10월 2일 (목) 오후 2시 40분 경 대구 경북대 북문 근처 피시방에서


 

한살의 의미 그리고 생명

이성규 - 독립PD


직업상 외국으로 나갈 기회가 많다. 카메라를 메고 세상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촬영하다보면, 이른바 호구조사라는 걸 하게 되는데, 그 대부분은 가족관계와 나이를 묻는 것이다. 이정도의 의사소통엔 서로 말이 달라도 어지간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문화는 차이는 있어도 우열은 없다. 하지만 생명에 관한 한 우리가 지닌 우월한 문화의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나이의 계산에서 오는 인식이다. 한국인은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된다. 하지만 서구인을 비롯해 가까운 일본 그리고 중국의 경우엔 태어나면 그 갓난 아이의 나이는 영 살이 된다. 이른바 첫돌을 맞아야 한 살이 된다.


이러한 차이는 태아를 생명으로 인식하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한국의 문화에선 엄마의 뱃속에 있던 10개월을 이미 한 살로 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국의 아이는 태어나자 마자, 한 살이 되는 것이다. 물론 과학자나 종교 지도자들 사이에서 생명을 어디까지 볼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긴 하다. 한국인의 보편적 인식은 아빠의 정자와 엄마의 난자가 수정하는 순간부터 생명으로 본다. 그 생명은 존엄한 것이다. 허나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에선 엄마의 자궁으로부터 나와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는 순간 부터를 생명으로 즉 인간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게 볼때 한국인의 전통적 가치관으로만 본다면 태아를 지우는 행위는 명백히 살인이 된다. 하지만 산업화와 서구화 과정을 거치면서 이러한 생명에 대한 인식은 급격하게 변모해왔다. 물론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어떤면에서 본다면 구태의연한 전통적 가치관은 세상의 변화에 맞춰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허나 그렇다고 하여 전통적 가치관 모두를 부정할 수 만 없다. 뱃속의 태아를 생명으로 인식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이는 없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엄한 것이다. 단지 어른의 입장에서 그 편이에 따라 생명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된다.  


나이 마흔 다섯에 첫 아이가 생겼다. 얼마전 첫돌을 맞은 귀업고 사랑스러운 딸 아이다. 그런데 이 딸 아이에게 미안함이 가슴 속부터 치밀때가 있다. 그것은 아이가 태내에 있을 때, 양수 검사를 한것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양수 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을때, 그것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허나 그 양수 검사란 게, 태아의 염색체 검사를 비롯해 기타 선천적 장애가 있는지를 검사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냥 앞이 캄캄했다. 검사의 의미를 확대 해석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검사는 태아가 잘못된 염색체를 안고 있다고 판명날 경우, 부모는 그 아이를 낳을 것인가 낳지 말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불러 일으킨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자신의 아이가 비정상인 게 판명나면 그 아이의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분명히 말하지만, 살인 모의다. 장애 어린이를 키울 수 없다고 하여 유기 시키는 것과 태아를 지우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결코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는 영 살이 아닌 한 살의 의미를 다시한번 짚어봐야 한다. 가난한 나라들의 부모들이 영아를 유기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야만이라고 비난한다. 그들의 아이는 그들식대로만 본다면 영 살이다. 생명에 관해서는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으로 보자. 태아는 분명히 생명이며 한 살이 되기 위한 영 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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