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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8/21 11:18

안경 밖으로 사라지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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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이란 단어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서는 듯하다. 인위적으로 손을 댄다는 의미로 말이다. 소재와 주제로 삼은 피사체를 가능하면 인위적이지 않게 촬영을 하지만, 이미 촬영 순간 부터 연출자와 촬영자의 의도와 해석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촬영이 이럴진대 편집이란 과정은 말할 것도 없다.

 

늦어도 2주일이면 편집이 끝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3주가 지난 상황에서 지리멸멸한 상태다. 방송 일정은 9월 초였는데, 지금 작업 진행 상태로선 방송 일정을 연기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예전엔 편집을 너무도 빨리 끝내는 PD로 주변에선 경탄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글쎄요. 명상을 하고 있는 건지, 편집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루종일 낮과 밤 가리지 않고 편집기 앞엔 앉아 있는 건 같은데, 작업이 진행되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같은 작업실에서 일하는 PD가 편집의 진행 여부를 묻는 데스크에게 한 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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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된 양은 <오랜된 귀향>의 경우 60분짜리 테입 20개다. 시간으로 치면 1,200분이다. 이 가운데 편집에 사용될 영상은 58분이다. 촬영된 내용 가운데 1,140분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버리는 게 쉽지 않다. 설령 잘 버린다 해도,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영상들을 어떤 순서로 배열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게 이른바 구성의 묘미다.

 

뒤집기를 벌써 10여 차례나 했다. 이게 좋을까 싶어 바꿨다가 영 아니다 싶어 다시 뒤집어버리고, 그러다가 버렸던 영상을 뒤져 이리저리 붙여보고. 그렇게 붙인 내용을 보다보면 처음 의도와 달리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바뀐 것에 경악을 하고 모두 버린다. 영상을 소유하려 하는 한 영상은 멀리 도망치기 마련이다. 영상은 비록 모니터 안이라고 하지만 존재 자체의 의미로 남아야 한다. 여기서 나는 소유와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편집을 시작할 때, 구성이란 것을 한다. 연출자와 작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한 끝에 나온 구성안 대로 연출자는 편집이란 걸 한다. 젊은 패기가 넘칠 땐 편집이 그리 어렵진 않았다.허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편집이란 게 어려워진다.  연출자의 해석이란 게 무엇인지 편집하다가 내 스스로 혼란스러워진다. 내가 본 것은 진실일까? 왜곡된 해석은 아닐까?

 

인도 인력거꾼의 삶을 다룬 <오래된 귀향>은 촬영 때 부터, 극적인 구성을 기피하고 가능하면 자연스러움을 기초로 한 영상을 잡아내는 것에 열중했다. 잔잔함 영상미는 있지만, 뭔가 힘이 부족해 보인다. 이른바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어낼만한 요소가 곳곳에서 부족하다.  

 

"뭘 이야기 하고 싶은 거죠?"며칠 전, 1차 편집본을 본 데스크가 한 말이다."가족의 의미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인도 농민들의 이농 현상을 우회적으로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그러자 데스크는 내게 다시 물었다."그래요. 근데 왜 인도죠? 한국에도 그런 현상을 촬영할 수 있을텐데요."이미 예상된 질문이었다. 사람들은 항상 내게 묻는다. '왜 인도냐?' 딱히 대답할 만한 내용이 내겐 없었다. 그렇다고 '인도가 거기에 있으니까요.'란 식으로 뜬구름 잡는 소릴 할 노릇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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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우리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익숙한 풍경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길 찾지 못하거든요. 가장 맑은 샘은 자신의 안 마당에 있는 우물에 솟는다는 걸 사람들은 몰라요. 낯선 이국의 풍경을 통해, 오히려 타자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

 

뭔가 답을 해야 했기에 주절주절 말은 했지만 어딘지 설득력은 사라진 것 같았다. 방송 프로그램을 하는 PD들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질문은 '이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이 왜 봐야 하는가?'이다. 자신이 이야기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시청자들이 봐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 PD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촬영하고 편집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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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그 질문을 잃어버렸다. 질문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그에 대한 답은 안개 속 풍경 너머로 사라졌다. 여전히 편집기는 켜져 있지만, 모니터 안 풍경은 내 안경 밖으로 흐릿하게 보여질 뿐이다.

 

 

 

2006년 8월 21일 새벽 여의도에서 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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