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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0 17:37

[닭장차 유람기] 축구를 보던 중 연행되다.



지난 6월 말엔 촛불 문화제에서, 부상당한 시민을 후송하려다 전경들 방패에 찍혀 두들겨 맞았는데요. < 신나게 맞았다. 그것은 축제였다. > 이번엔 촛불 문화제를 끝내고 한국과 카메룬의 올림픽 축구 경기를 보다가 연행됐습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축국 길거리 응원전을 빙자한 촛불문화제 연장이란 해석도 가능합니다. 지난 8월 7일 밤 대략 9시 40분 경에 경찰의 침탈이 예상되자, 집행부에선 촛불문화제를 끝낸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축구를 보면 길거리 응원전을 하자는 의견에 따라, 그날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촛불 시민들은 "대한민국~ 짝짝짝짝짝~"하며 길거리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촛불문화제를 경찰의 압력에 해산하는 게 비겁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차피 길게 갈 싸움입니다. 그러기에 문화제를 종료하고 축구 응원전을 전개한 것이죠.

후반전이더군요. 10분 정도 보는데, 영등포 경찰서장이 민주당의 송영길 의원쪽으로 여경과 함께 오더니 빙 둘러싸더군요. 어떤 말이 오갔는지 잘 모릅니다. 여경들이 이루어진 경찰 장벽은 꽤 두터웠으니까요. 5분 정도 지났을 겁니다. 송영길 의원이 앉아있던 자리엔 범대위 성유보 선생님도 함께 앉아 계셨습니다. 그분의 지인 한 분이 제게 부탁을 하더군요. "성선생님 건강이 아주 안 좋아요. 저러다 큰 일 날 수 있어요. 이감독이 가서 성선생님을 모시고 나오세요." 경찰들은 이미 꽤 두터운 장벽을 쌓고 있었습니다. 도저히 뚫고 들어갈 여지가 안보이더군요.

"현상윤 잡아!"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현상윤이란 사람은 KBS PD입니다. 저에겐 방송 선배이지요. 뭔일인가 싶어 둘러보는데, 시민들이 마구 연행되더군요. 연행되는 이들 중엔 쓰레기를 치우다 끌려가는 이도 두 사람이나 있었습니다. 구경하며 사진 찍다 끌여간 사람도 있었고요. 그런데 익히 아는 KBS PD인 최용수 씨가 연행됩디다. 저는 그에게 달려갔습니다. "뭡니까.. KBS 앞에서 KBS 직원을 연행하는 건 뭡니까?" 사실 KBS 직원이라고 해서 끌려가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제가 좀 치사하긴 했습니다. KBS 직원도 아닌 제가 KBS 직원을 끌고 가는 것에 항의를 했으니 말이죠. "쟤도 잡아!" 란 소리가 들리더니 경찰이 저도 연행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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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저항을 하진 않았습니다. 싸움의 형태는 각각 다르기 마련입니다. 걍 순순히 끌려갔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분들은 극렬하게 저항했지요. 경찰 버스에 오르고 차는 움직였습니다. "용산서로 갑니다"하더군요. 제가 탄 버스엔 열세분이 있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동작서로 간다고 하더군요.

용산서에서 몇 분의 거센 항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요목조목 법논리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분들도 계셨고요. 저로선 연행 된 사실이 좀 짜증스럽긴 했지만,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냥 평온했습니다. 유치장으로 옮겨졌고 그 곳에서 함께 있는 시민들과 밤새 토론을 했습니다. 참으로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다음날 아침부터 조서를 꾸미는 일이 시작되거니 했는데, 오후가 되도록 경찰은 연행한 우리를 조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더군요. 이번 연행은 백번을 양보해도 무리한 행동이었다고 봅니다. 촛불 문화제에 참석한 것도 저는 결코 현행법 위반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실정법은 집시법 위반이라 주장하지만서도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분명히 촛불 문화제를 마쳤고 올림픽 축구를 시청하며 길거리 응원전을 펼쳤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연행은 기가 찰 일이죠.

경찰의 이러한 무리는 나름 배경이 있었던 겁니다. 저희가 연행된 다음날인 8월 8일(금)은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KBS 이사회가 열리기로 한 날입니다. 저도 그랬을 거지만, 이날 연행된 이들은 분명히 다음날 이사회 저지를 위한 싸움에 나섰을 겁니다. 저를 비롯해 몇 분은 평범한 시민에 불과하지만, 이날 연행된 이들의 대부분은 이사회 저지 투쟁에서 지도적인 위치에서 극렬하게 저항을 할 분들이었습니다. 경찰로선 이사회 통과를 위해 이른바 문제 인사들을 격리시키려는 의도로 무리한 연행을 강행했던 것이죠.

경찰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용산서에서 함께 있었던 무송스님과 저와 비슷한 연배의 시민 한 분은 꽤 고초를 당하셨습니다. 그리고 동작서에 계셨던 정청래 전 의원은 안에서도 꽤 센 저항을 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에 비하면 저는 참으로 편하게 있었습니다. 단지 구금이란 형태로 갇힐 수 밖에 없는 상황은 답답했지만서도...

유치장 안에서 KBS 이사회 통과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20분 뒤, 경찰 조사가 시작되더군요. 현장범이란 명목으로 연행을 하면 어찌됐든 48시간 구금이 가능합니다. 이건 실정법상 합법입니다. 경찰은 이걸 악용한 겁니다. 조사할 의욕도 없으면서 무리하게 연행을 한 뒤 이사회가 끝날 때까지 구금을 한 겁니다.

조사는 형식적이었습니다. 조사가 끝나고 저희들은 '불구속기소'란 형태로 석방됐습니다. 그때가 8월 8일 오후 5시 반 쯤 됐을 겁니다. 여의도로 왔습니다. 이날 오전 부터 이사회 저지를 위해 많은 동지들이 꽤 힘든 하루를 보냈더군요. 오히려 유치장 안에서 편하게 지낸 저희가 미안했습니다.

유치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계덕 상경입니다. 그는 전경에서 육군으로 전환해달라며 행정신청을 한 전경입니다. 그는 이미 한 번의 영창을 살았고 이번에도 '지시불이행'이란 명목으로 지난 8월 6일 부터 15일짜리 영창을 살고 있다 합니다. 저희와는 다른 방이었기에 이른바 '통방'이란 형태로 목소리만 들으며 이야길 나눴습니다. 8월 12일이 행정심사라 합디다. 그러면서 그는 그날 심사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경 신분에서 육군으로 이전 신청을 했던 이계덕 상경과 촛불문화제로 연행된 시민의 만남은 참으로 모순적인 한국의 상황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듯 싶었습니다.  

이른바 불구속기소란 형태로 석방을 했다는 게 참 짜증납니다. 현 정권으로선 저희 같은 사람이 눈에 가시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실정법을 어긴 것은 없는데 말이죠. 그런데도 연행을 당했고 집시법 위반에 의한 불구속 기소를 당한 겁니다. 사실 쪽팔리기도 합니다. 뭐 한 게 있기라도 하면 괜찮은데, 한 것도 없이 연행되어 불구속기소란 딱지를 받았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겁을 먹고 이번 싸움에서 꼬랑지 내리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싸움을 시작하기로 하면서 생계에 대한 고민을 잠시 접어놓은 상태입니다.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며 촛불을 든 겁니다. 저로서도 그닥 달갑지 않은 정연주 사장 구하기 같은 싸움이 됐지만, 어찌됐든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장악 저지를 위한 항쟁은 계속될 겁니다.

비록 이사회를 통해 정연주 사장은 해임됐다고 하지만, 그것은 분명 불법입니다. 2007년 7월로 기억합니다. 제 기억에 순전히 의지하면 말이죠. 한나라당 의원들이 요구하여 방송법 개정 당시, KBS 사장의 대통령 임면권에서 '면'자를 삭제하고 임명권만 주어진 형태로 법이 바뀌어진 상태입니다. 그것은 공영방송 사장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이젠 그들이 주장했던 내용을 뒤 엎고 임명권은 해임권도 있다는 법 해석이 가능하단 주장을 합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입니까?

그럼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 대통령 선출권을 갖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대통령의 해임권도 국민이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지난 촛불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던 촛불은 지극히 정당합니다.



2008년 8월 10일 일요일 오후
여의도 작업실에서 똠방이 끄적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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